"고혈압, 완치가 아닌 관리가 필요한 질환" 심장내과 의사 박효은
고혈압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혈압 관리 수준은 지난 30여 년간 크게 향상됐다. 현재 국내 고혈압 환자는 약 1,300만 명이며, 이 중 1,150만 명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1,090만 명이 치료제를 처방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도 81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젊은층의 고혈압 관리 수준은 여전히 취약하다. 많은 환자가 초기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거나, 한 번 약을 먹으면 평생 끊을 수 없다는 생각에 복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복용을 시작했다가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박효은 원장(서울하트내과의원)은 "고혈압을 뿌리 뽑아 없애겠다는 접근 방식보다는, 나와 함께 조절해 나가는 '동반자'와 같은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올바른 고혈압 약 복용법과 평소 고혈압 관리법에 대해 설명했다.
고혈압 약, 정말 평생 복용해야 할까?
고혈압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고혈압 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효은 원장은 "고혈압은 감기처럼 치료하고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특히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고혈압은 혈관 노화가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약을 평생 복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누구든 무조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고 혈압이 정상 범위로 유지된다면, 담당 의사와 상담 후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박 원장은 "중요한 것은 '평생'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할 때 약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개선이 먼저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즉시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박효은 원장은 "약물 치료는 기본적인 생활습관 조절로 혈압이 목표 수치까지 내려가지 않을 때 권장된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 △체중 감량 △스트레스 관리 등을 실천한 후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이미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바로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복용 시기를 놓칠 경우 혈관이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해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고, 심근경색, 뇌졸중, 신부전 등의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혈압이 정상 범위로 유지되면 임의로 약을 끊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박 원장은 "설사 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맞는 약으로 조절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약만으로는 혈압 조절 어려워
고혈압 환자들 중 일부는 '약만 잘 먹으면 혈압이 조절되므로 다른 관리법은 필요 없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박효은 원장은 "고혈압 치료는 약물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 조절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같은 고혈압 환자라도 식습관과 운동량에 따라 필요한 약의 용량과 개수가 달라질 수 있다. 박 원장은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하루 한 알로 조절할 수 있을지, 두 알 이상을 복용해야 할지는 생활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라며,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하면 약물 복용량을 줄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은 고혈압 관리의 기본이다. 박효은 원장은 "싱겁게 먹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국물 자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국이나 찌개는 건더기만 먹고, 젓갈, 장아찌, 조림류 등 염장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식사 습관만큼 중요한 것이 또 운동 습관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박 원장은 "관절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하루 30~60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혈압 관리의 핵심, 생활 속 작은 실천
과거에는 나이가 많으면 어느 정도 혈압이 높아도 괜찮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연구들은 철저한 혈압 관리가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상 속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들은 종종 약 복용을 잊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효은 원장은 "혈압약은 식사와 크게 연관이 없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복용하는 것이 좋다"라며, "잊어버릴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약을 머리맡에 두고 기상 직후 복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또, 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버스나 지하철 한두 정류장을 걸어가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의 작은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혈압의 변동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반지형 기기 등 간편한 혈압 측정 기기가 개발되면서, 보다 정확한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이를 활용하면 개인별 혈압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정기적으로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박 원장은 "고혈압 환자는 1년에 한 번 정도 피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장기 손상 여부에 대한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장 건강을 평가하는 미세 단백뇨 검사는 신부전 예방을 위해 필수적인 검사 중 하나다. 고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신장뿐만 아니라 심장, 뇌혈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씩은 이런 검사들을 받는 것이 좋다.
고혈압, 올바른 이해와 관리가 중요해
고혈압 환자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약을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효은 원장은 "혈압이 점차 올라가는 것은 혈관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약에 의한 중독이나 내성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으로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고 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박 원장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즙, 가루 등을 혈압약 대신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라며, "혈압약은 단순한 증상 완화제가 아니라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필수적인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완치'가 아닌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박 원장은 "고혈압을 뿌리 뽑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몸과 함께 조절해 나간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획 = 김수현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박효은 원장(서울하트내과 심장내과 전문의)